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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가장 괴로운 병

“이제 밥 먹어도 된대요.” 식당에 앉아 있는데 뒤쪽 테이블에서 나지막이 소리가 들린다. 무슨 큰 수술을 받아 이제서야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일까. 아니면 위장 검사를 위해 굶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슨 큰 병을 얻어 밥을 못 먹다 이제야 식사가 가능해진 것일까.     병든 이에게 고통스러운 것이야 많지만 그중 가장 심한 것이 먹지 못하는 일인 것 같다. 문병객들이 정성껏 만들어온 음식을 먹고 싶어도 보기만 할 뿐 못 먹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가?   그렇다면 가장 고통스러운 병은 무엇일까? 치통일까? 입안이 욱신거리고 고문하는 것처럼 아픔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때에는 그저 이를 확 뽑아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편두통도 만만치가 않다. 아파본 사람은 알겠지만 머리가 깨질 듯 통증이 심하다. 고통에 이리저리 뒹굴다 응급실로 달려가 편두통약 주사를 맞아도 한참의 통증 후에야 낫는다.   그런가 하면 창자가 꼬이거나 급성 위경련도 엄청난 통증을 동반한다. 옛날에는 장이 파열된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차라리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담석증의 통증은 또 어떠한가? 그 연한 담도에 뾰족한 돌이 박혀 쑤셔대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과거 치질 수술 후 변을 볼 때마다 생기는 통증 또한 중량급이었다.     가려움증은 또 어떤가? 극심한 가려움증이 계속되면 정말 미칠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되고, 가려운 부위를 인두로 지지고 싶을 정도로 참기 어렵다. 또한 양로원에서 자주 보게 되는 암이 척추나 신경 조직에 전이된 암 환자, 심한 관절염으로 끊임없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된 소원은 단 한순간만이라도  통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통증이라도 느껴봤으면 하는 환자도 있다. 교통사고로 목 아래의 뇌 척추가 마비되어 돌처럼 전신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는 환자다. 이 환자는 통증은커녕 감각조차 없다. 이 환자의 소원은 어떤 아픔이라도 좋으니 제발 무엇인가를 좀 느껴봤으면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 TV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한 장애인 여성의 고통은 또 다른 고통이다. 이 여성은 극빈층이었지만 정부로부터 보조금이나 치료에 관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잘못된 제도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러 정부 단체로부터 압박까지 받자 괴로운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처럼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고통은 그 어떤 병의 고통보다 클 수가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멍하니 앞뜰에 앉아 있는 정신착란 환자 앞에서 그런 통증을 이야기한다면 참으로 쑥스러운 일이 될 것 같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열린광장 정신착란 환자 편두통약 주사 장애인 여성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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